전통사회에서는 자손을 낳아 세대를 잇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임신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여겼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기가 생기게 해달라는 다양한 기원문화가 있어왔다. 우리에게는 ‘삼신’ 신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환인, 환웅, 환검의 삼신상제(三神上帝)는 아기를 점지하는 일에는 유독 까다로워 정성이 하늘에 닿도록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귀한 새 생명을 준다고 해서 합방도 길일을 택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사(後嗣) 없으면 동양에선 양자(養子)를 들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를 이어갔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함무라비 법전에 따르면 기원전 15∼16세기경 고대 중동에서는 결혼한 여인이 갑자기 죽거나 불임인 경우엔 여종을 대리모(代理母)로 하는 ‘쉬프카’라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남자가 불임이거나 대를 잇지 못하고 죽는 경우 시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후사를 잇게 해주는 ‘레비리트’라는 관습이 있었다.
방법만 바뀌었을 뿐 현대에 들어서도 대리모는 여전하다. 불임 부부의 체외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를 낳아줄 경우 사례비를 주는 게 그것이다. 현대판 씨받이의 세계 최대 시장은 인도다. 법으로도 인정된다. 이용비용은 1만8천∼3만 달러. 인도에서 이렇게 아이를 낳은 외국인 부부는 한 해 2천쌍을 넘는다고 한다.
불임은 우리도 심각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점점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진료 통계에 따르면 불임진료 환자는 2008년 16만2천명에서 2012년 19만1천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35∼44세 남성의 불임 치료 환자가 가장 높은 증가율(16.2%)을 보였다. 성별 비교에서도 여성 불임환자는 연평균 2.5% 증가한 데 반해 남성은 11.8% 늘어 남성의 증가율이 여성의 4.7배나 됐다.
최근 불임 대신 난임(難妊)이라는 말을 쓴다. 임신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자연 임신이 어려울 뿐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틈새를 노린 난자와 정자 매매 브로커들이 판을 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불법이 아니라고 윤리적 행위인가만을 따지는 대리모 임신 증가도 염려된다. 사회의 기본적 질서가 깨지지 않게 불임 부부를 위한 치료비와 연구활동 지원을 확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