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국가를 보장한다(湖南國家之保障).’
이순신 장군의 말이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난 인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제봉 고경명(霽峰 高敬命) 선생이다. 예순의 나이에 왜군에 맞서 칼을 뽑았으니 그 기개가 대단하다. 당시 선생이 의병을 모집하기 위해 뿌린 격문은 이렇다.
‘국운이 비색하여 섬나라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 나라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수령이나 관군들은 죽기를 두려워하여 도망치기 일쑤니 어찌된 일인가. 신하라는 사람들이 어찌 왕을 무도한 왜적 앞에 내버려둔단 말인가. 각 읍의 관군 수령 민중들이여, 무기를 들고 군량을 모아 모두 분연히 일어설 때다. 구국을 위해 다 함께 목숨을 걸고 앞을 다투어 나설 지어다.’
이 같은 제봉 선생의 격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왕을 무도한 왜적 앞에 내버려둔’ 형국이 재현돼 보이기 때문이다. 노다의 ‘고자질 망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 사람들 이야기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칼을 뽑았다.
14일 방송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지도자들도 무라야마나 고노 담화를 승계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언행을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어 “그동안 한일관계가 이렇게 쭉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못박았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고노 담화는 일제의 군위안부 강제동원과 이를 사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들의 진정성은 아베 이후 우경화 되면서 무너지고 있다.
CNN과의 인터뷰는 노다의 영혼 없는 ‘고자질 발언’에 대한 대통령의 공개적인 일침이다. 대통령의 입만 보고 사는 청와대의 ‘대통령 바라기’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칼을 뽑아야 할 때는 뽑아야 한다는.
청와대 신년 만찬에서 ‘서울수복’이니 ‘대통령, 우리가 있잖아요’니 ‘박수받는 대통령, 근심없는 국가, 혜택받는 국민-박근혜 삼행시’ 등의 공허한 건배사를 남발하며 ‘벌거벗은 대통령’을 만들려는 작태를 보이는 ‘딸랑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