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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최기순

가사미산 키 큰 낙엽송 위에

동그마니 얹힌 새집

달랑 문 하나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심심한 구름이

얼굴 비추는 문에 기대어

새도 한숨 쉴 때가 있을까

생각이 많을수록 집의 구조도 복잡하다



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나무 아래를 서성이다가

집이 주인을 닮았음을 안다



문득

새의 집에 세 들고 싶어진다

-최기순, 「음표들의 집」(푸른사상, 2013) 중에서



 

 

 

「음표들의 집」은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최기순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시는 등단한 지 한참이나 지난 시인의 첫 시집에 실린 시인지라 시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여절하게 배어 있는 듯하다. 이 시에 나타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새집에 구름이 비출 때는 새집에는 그늘이 만들어지고 새의 얼굴에는 어둠이 드리워진다. 새집은 새와 닮은 것이다. 시인에게 시집은 마음에 지은 집과도 같다. 세상 모든 시집은 시인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이 시에서 새집은 시집, 새는 시인과 닮았다. ‘새의 집에 세 들고 싶다’는 최기순 시인은 현재 ‘오후4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시를 발표하고 있다. 시인이 다음에 내놓을 새로운 집, 다음 시집도 기대된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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