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시대는 1960년대 베트남전 개전과 함께 본격 개막했다. 윙윙거리는 수벌을 의미하는 ‘드론(drone)’이라는 애칭도 이때 붙여졌다. 이후 미국을 비롯 선진 각국은 경쟁적으로 드론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상상을 초월한 드론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영국군은 4인치 크기의 나노 드론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은 말벌’이라는 이름의 이 나노 드론은 길이 10cm, 너비 2.5.cm, 무게 16g의 초소형이다. 하지만 소형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어 전장의 중요한 정보를 실시간 동영상이나 스틸사진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160대가 분쟁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드론은 애초 개발 목적이 군사용이었다. 그런 만큼 정찰과 정밀폭격 등 군사작전에 주로 이용됐다. 은밀한 작전이 가능해지면서 ‘하늘의 유령’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었다. 전장에서는 벌써부터 ‘빅 브라더’라 부르기도 했다.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한 미국이 이를 십분 활용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7천여기의 각종 드론을 보유해 세계 최고다. 10년 전 50대 미만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증가다.
군사용으로만 쓰이던 드론이 최근 상업용으로도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유통업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드론으로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세계 양대 물류 기업 DHL과 UPS도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피자, 맥주회사까지 가세했다. 바야흐로 공중택배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드론이 기업뿐 아니라 치안, 개인 취미용 등으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애틀 등 몇몇 도시에선 경찰이 드론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놓고 사생활 침해 및 사법권 남용 논란도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미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는 드론이 나타나면 총으로 쏴버릴 수 있는 사냥 면허를 발급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서해 백령도와 파주에서 발견된 추락 무인기가 북한 제품으로 결론 났다. 그리고 드론이긴 하지만 첨단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무인기에 방공망이 뚫리는 우리의 보안체계, 어떻게 설명할지 참 한심스럽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