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볕이 아프도록 내리쬐는 날에도, 부슬부슬 구슬픈 봄비가 서럽게 머리위로 떨어져도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한 조문객들의 발길은 끊어질 줄 몰랐다.
4월의 마지막 주말 ‘세월호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안산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지난 26일 오후 6시30분쯤 10만명째 조문객이 다녀갔으며 27일 오후 9시 현재 무려 16만739명(문자8만269건)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했다.
26일 분향소 입구에서 길게 이어진 조문객 행렬이 700m에 이르자 관계자들은 결국 인근 고잔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조문객들을 안내했지만 27일에는 운동장은 몇바퀴 휘감은 행렬이 무려 1.2㎞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시간이 생명인 배달 오토바이 마져 이면도로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조문객들을 향해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겨우 분향소에 들어설 수 있었지만 어느 누구하나 무더운 봄 햇살이나 눅눅한 빗줄기, 지리한 기다림을 원망하지 않았다.
올림픽기념관 정류장에 내린 시민들은 수백미터를 걸어 행렬 뒤에 줄을 서야 하지만 그 또한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이제서야 찾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 먹고살기 바빠 돌아봐 주지 못한 것이, 어른들을 향향 아이들의 신뢰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대열에서 뜀뛰기를 하던 아이들도 누군지도 모르는 언니, 오빠, 형, 누나의 영정앞에서는 의젓한 모습으로 명복을 빌다 슬픔에 북받친 엄마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침통한 마음과 애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나온 조문객들은 화장이 지워져도, 얼굴이 일그러져도 신경쓰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못 받고, 누구를 돕다가 먼길을 떠난 이들이 그저 행복한 곳으로 가기만을 바랐다.
시민 정모(35·여·수원시)씨는 “직장때문에 주말에야 미안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부끄럽다. 주말 나들이 일정을 취소하고 가족과 함께 찾았다”며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함께 왔다”고 말한 뒤 떼기 힘든 발걸음을 옮겼다.
/안산=김준호·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