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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내 이웃의 두얼굴

 

흔히 요즘 세상은 참 야박하다고 한다. 괜히 남의 일에 나서다 손해 본다며 자기 앞가림이나 잘 하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엔 길 가다 어린 학생들이 불량한 모습을 보이면 어른들이 곧잘 훈계도 했었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다. 아이들도 예전과 다른 아이들이겠지만 어른들도 예전과 다른 어른이 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잇속을 생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과거 씨족사회와 달리 직장을 따라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면서 이웃에 대한 생각 또한 달라진 게 참으로 많다. 정이나 책임감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의무감을 갖게 하는 이웃이 아니라 층간소음 등으로 다툼이 잦아지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괜히 어색해서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대상이 이웃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심지어 층간 소음으로 일어난 다툼 때문에 살인까지 벌어지니 어쩌면 숨소리도 죽여 가며 살아가야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직도 따뜻한 마음을 갖고 그 마음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로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며칠 전 늦은 퇴근길에 가족을 태우고 돌아오다 황당한 일을 당했었다. 큰 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한 차가 그대로 내 차를 들이받고 멈추지 않은 채 더 세게 속도를 내어 뺑소니를 쳐버린 것이다. 당황하고 놀란 나머지 우리 가족은 차에서 내리긴 했지만 커다란 불빛이 빠른 속도로 덤벼들었다는 것 외엔 사고를 낸 차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나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우왕좌왕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뒤에서 따라오던 자동차 운전자가 달려왔다. 늦은 시간이라 아이들이 보채는데도 싫은 내색 없이 그들 부부는 끝까지 경찰을 기다려 자신의 블랙박스 칩을 뽑아 증거물로 제시해주고 목격자가 되어 주었다. 잠시 후 그 뺑소니 범을 쫓아가 잡았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 온 젊은 부인과 그 남편. 그들은 분명 이기적일 거라고만 생각해왔던 요즘 사람들 즉 우리들의 이웃이었다. 그날은 비록 사고를 당해 자동차가 다 망가지고 몸은 다쳐 병원신세를 져야 했지만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런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의감과 용기, 이웃에 대한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누구 하나 없이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이웃을 위해 마음 열어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또 다른 이웃이기도 한 뺑소니 범으로 인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보상받게 해 준 그 고마움에 대한 빚을 결코 다 갚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어 준 그 따뜻한 마음을 또 다른 이웃들에게 두고두고 갚으며 살아갈 생각이다. 요즘 사람들 운운하며 섣불리 선입견을 갖고 나부터 마음 열기를 망설일 것이 아니라 문득 마주친 눈길만으로도 먼저 손 내밀어 미소로 악수를 청할 줄 아는 그런 이웃으로 살고 싶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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