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에 걸친 집념 어린 추적이 빚어낸 동해와 일본해 이름에 관한 연구서.
동해가 만주족의 지명임을 밝힌 드 페르의 ‘동아시아’ 지도에서 태평양을 대일본해라고 표기한 다카하시 가게야스의 ‘신정만국전도’까지 결정적 증거들을 100여 점의 고지도를 통해 이 한 권에 담았다.
동해의 명칭 문제를 국내에서 최초로 연구하고 문제 제기한 저자들이 이 책을 쓴 이유는 2천년이 넘는 토착명이지만, 지금은 세계인의 뇌리에서 사라진 ‘동해’를 되찾기 위해서다.
동해의 명칭 문제는 국가 영토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뿐 아니라 자원 개발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외교적 위상까지 얽힌 복합적인 이슈다.
가령 독도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가 “독도는 동해에 있다”고 설명해도 외국 사람들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에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하며, 우리가 동해의 영역에서 지하자원을 개발해도 외국에서 한국이 일본해에서 지하자원을 개발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동해의 이름은 이처럼 복잡다단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동해의 이름을 잃는 것은 독도를 잃는 것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잃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동해의 현재와 역사, 동해를 둘러싼 국가들의 이해관계, 동해/일본해에 관련된 20여개 명칭의 지명학적 분석, 국제적인 차원에서 동해의 위상, 지도 발달의 역사에서 동해 명칭의 변천 과정 등을 설명했다.
2부에서는 각국에서의 동해 표기를 살펴보되 ‘이중 나선형 방식’을 취했다. 이중 나선형 방식은 고지도가 세계적으로 아랍 세계에서 출현한 후 동아시아 삼국의 지도에 이르기까지를 연대순으로 고찰한 후 각국에서의 표기 문제를 보다 세밀한 역사적 출현 관계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다.
아랍의 지도에서 바티칸 선교사들의 지도, 이탈리아·독일어권·포르투갈·네덜란드·프랑스·영국의 고지도와 러시아 지도, 동아시아 삼국에서의 동해 표기에 대해 다뤘다.
3부의 논문들에는 일본 측의 편향적인 동해 명칭 연구에 대한 비판과 일본해 단독 표기에 반대하는 이유를 담았다.
본문에 수록된 100여 점의 고지도와 다양한 고문헌들을 바탕으로 동해와 일본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이 책에서 저자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동해’는 2천년 전부터 한민족과 만주족이 사용해온 토착명으로서 역사적 정당성을 지닌 이름이다. 둘째, 일제강점기에 국제수로기구에 등재된 ‘일본해’는 일본에서도 정착된 지 100년이 되지 않은 외래명으로 그 바다를 둘러싼 다른 국가들을 배제하고 있다.
저자 서정철은 서문에서 “고지도를 연구한 목적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보다 큰 틀에서 화평을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으며, 김인환은 “고지도 연구의 최종 목표는 균형의 추구로서, 일방적인 논리를 지양하고 상반되는 주장을 조화롭게 수용해 화평과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