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걸그룹 공연을 보기 위해 환풍구 위로 올라갔던 관람객 27명이 죽거나 다친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내 유스페이스 환풍구 붕괴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환풍구(배기구)가 시공과 준공 당시 관련 법령을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시공에 부실준공까지 더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8일 성남시와 경찰·소방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유스페이스는 유스페이스몰과 국립중앙치매센터를 비롯해 오피스텔, 커피숍, 식당 등이 있고 광장까지 설치된 판교 신도시의 중심지역 중 한 곳이다.
실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가 진행될 정도로 오가는 인파가 많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전은커녕 법적으로 지켜져야 할 규정마저 지켜지지 않은데다 준공기관인 성남시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환풍구는 18m 아래에 있는 지하 4층 주차장까지 연결된 배기시설로 사실상 환풍구 덮개가 없어지면 이번 사고에서 볼 수 있듯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막고자 ‘건축물의설비기준등에관한 규칙’ 제23조에는 ‘배기구는 도로면으로부터 2미터 이상의 높이에 설치할 것’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사고 환풍구의 경우 높이가 가장 낮은 인도쪽은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인 단 95cm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가장 높은 도로쪽 역시 175cm로 기준치인 2m에는 25cm가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법령 기준치보다는 낮지만 공연 무대보다는 높았던 환풍구 위로 관람객들은 손 쉽게, 순식간에, 다수의 인원이 동시에 올라섰으며 이 하중을 이기지 못한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공연을 보고자 했어도 성인 키보다 높은 2m를 훌쩍 오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동 법령에는 ‘배기장치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의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아니하도록 할 것’이라고 돼 있어 사고 환풍구처럼 낮은 배기구는 따로 펜스 등이 설치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없어 환풍구로 가는 방법을 더욱 손쉽게 했다.
이에 김남진 성남시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환풍구는 물건을 올리거나 사람이 올라가는 용도가 아니라 (하중)기준이 없다”며 “환풍구 높이 기준은 1.2m이상인데 해당 환풍구는 기준치 이상이라 펜스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 원성을 샀다.
특히 해당 환풍구 높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1.2m 이상이다”며 모호한 대답을 내놨고 정확한 수치를 묻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으로 일관, 책임회피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편 법령 위반과 관련, 명백한 인재라는 지적속에 향후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 성남시 등에 대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양규원·이상훈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