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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밑바닥, 그곳에도 사랑은 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하다가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 1집에 ‘양동시편-뼉다귀집’ 등 7편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김신용의 장편소설.

‘새를 아세요?’는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일용직 잡부인 ‘나’와 소아마비로 몸의 절반이 미성숙한 창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1970~80년대 서울 남산과 서울역 앞 양동의 빈민굴을 주요 무대로 삼는데, 이곳은 실제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을 정도로 가난했던 작가가 일용직 잡부로서 하루하루를 전전했던 치열한 삶의 장소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창녀, 노동자, 날품팔이, 부랑자들의 밑바닥 인생이 사실성을 갖는 것은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그들과 살을 부비며 살았던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멸시당하고 사람에게 버림받으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 실존이라는 보편적 문제와 자연스레 연결되며 현재진행형의 사건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또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펼쳐지는,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생이기에 애써 사랑을 외면하는 ‘나’와 진흙탕 같은 인생에서 사랑으로 구원받으려는 창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소설의 큰 뼈대로서 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소설은 한 여자의 생을 통해 고난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조우하며 ‘인생의 고난을 깨닫게 될 때, 아름다움은 더 깊이 이해된다’라는 사실을 말이 아닌 온 몸으로 전해주고 있다. 이와함께 당대 사회상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데 시대의 풍속도이자 문화사회사적 기록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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