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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에 들떴던 수도권, 착공 지연에 ‘패닉’…수혜지 부동산 ‘직격탄’ 우려

GTX B·C 노선 모두 1년 이상 표류
2028년·2030년 개통 사실상 불가능
“단기 투자 위험…리스크 관리할 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C 노선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한때 ‘GTX 수혜지’로 각광받았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감돈다. 착공 시점이 수차례 미뤄진 데다 민간 자금 이탈 등 사업 전반이 흔들리면서,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집값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C 노선은 당초 올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으나, 예산 집행률은 고작 0.4%에 불과한 실정이다. 교부된 265억 6700만 원 중 9300만 원만 사용되는 등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GTX-B 노선 역시 당초 예산 2968억 원에서 1222억 원으로 40% 넘게 삭감되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각각 1월과 3월 착공식을 성대하게 치렀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실제 공사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연이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사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경고등’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다. 2020년 기준으로 산정된 공사비는 고공행진 중인 자재비, 인건비, 고금리의 ‘3중고’ 앞에서 수익성을 잃었고, 이에 따라 민간 출자자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모습이다. GTX-B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에서 DL이앤씨와 롯데건설은 지분을 축소했으며, 글로벌 재무투자자인 맥쿼리도 철수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 차질이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불똥’으로 튈 수 있다는 점이다. GTX 노선은 서울 접근성이 부족한 수도권 외곽 지역에 ‘직주근접’ 프리미엄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며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 의왕, 청량리, 부평, 춘천, 송도, 남양주 등은 ‘수도권 미래 교통의 핵심 축’으로 불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곳들이다.


지난 4월 의왕 고천지구에서 분양한 '제일풍경채의왕고천'은 GTX-C와 연계되는 인덕원~동탄선의 ‘의왕시청역(가칭)’ 신설 기대감에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춘천도 GTX-B 연장선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춘천의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서만 1.28% 올랐으며, 4월 넷째 주부터 6월 셋째 주까지 8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춘천은 송도에서 여의도~서울역~청량리 등을 거쳐 마석을 잇는 GTX-B 노선의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부평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부평SK뷰해모로’는 지난 3월 한 달간 1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1월(2건), 2월(4건)과 비교해 급증한 수치다. GTX-B의 출발지인 인천 송도, 그리고 남동구 구월동 역시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구월힐스테이트 1단지’는 지난 1월 6건에 불과하던 거래가 3월에는 28건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TX 착공이 계속 미뤄지며 ‘프리미엄’의 근거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기대감에 의해 오른 집값이 실체 없는 호재에 기대고 있었다면, 그 반작용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약속한 ‘2028년 C노선 개통’, ‘2030년 B노선 개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GTX는 실제 개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요자들이 마치 2~3년 내 지하철이 뚫릴 것처럼 투자를 감행했다”며 “이처럼 기대가 앞선 시장일수록 실망도 큰 법이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순간 수요는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GTX 예정지’라는 수식어 하나만으로 시장이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며 “정부는 사업 지연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요자들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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