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선에서는 ‘생계형 차명’도 처벌받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고, 차명계좌를 통한 세금 회피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 자산가들은 보험·펀드 등 비과세 상품이나 금 현물거래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9일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일선 은행 창구에선 자산가보다 오히려 서민·중산층의 차명거래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 실무자들은 현장의 혼선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지자 지난 21일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금융위원회에 명확한 ‘실명제 가이드라인’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5만원권은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대부분의 은행 지점에서는 ‘5만원권 지급 제한’ 안내문이 창구마다 붙었다.
시재(고객 지급 목적으로 점포에 비축해두는 현금)로 확보한 5만원권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이 찍어내는 5만원권은 많지만, 시중에는 5만원권이 동났다.
2012년 61.7%에 이르던 한은의 5만원권 환수율은 올해 1~9월 절반도 안되는 24.4%로 뚝 떨어졌다.
한은 금고에서 빠져나와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1천장이라면, 한은에 돌아온 5만원권은 244장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최근의 5만원권 품귀 현상을 금융실명제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차명거래 금지가 기존 차명계좌를 해지하고 아예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수요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차명거래의 ‘실명 원상복구’로 2천만원 이상 금융소득을 합산과세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 비과세 보험, 펀드, 금·은 현물에 대한 투자로 옮겨가는 추세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천651억원, 9월 2천823억원, 10월 3천526억원으로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하루 평균 3.84㎏이던 금 거래는 지난달 하루 평균 8.48㎏으로 약 2.2배가 됐다.
금 현물이나 현금을 은행 대여금고나 개인 금고에 넣어두는 경향도 짙어지는 것 같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