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시작은 19세기 말~20세기 초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몽의 한 수단으로부터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문 매체의 존재와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근대소설사에 있어 기념비적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인직의 ‘혈의누’와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만세전’이 신문연재소설이라는 점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1910년 8월 한·일 강제병합을 단행한 일제는 그때까지 발행되고 있던 신문들을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통폐합해 일본어 기관지 ‘경성일보’와 조선어 기관지 ‘매일신보’만을 발행하는 매우 억압적인 언론 정책을 실시한다.
이 신문들은 1945년 8월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총독부의 안정적인 재정적 후원 속에서 단 한 번의 정간이나 휴간도 없이 발행된 유일한 신문이었다. 특히 ‘무단통치’로 유명한 1910년대에는 매일신보가 유일한 국문 중앙지였다.
함태영의 ‘1910년대 소설의 역사적 의미’는 이 시기 매일신보에 실린 100편 가까운 소설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 한국 근대소설사에서 차지하는 의의를 살펴본다.
책은 먼저 매일신보라는 매체 자체에 초점을 맞춰 발행 목적과 총독부 기관지로의 재탄생 과정, 관계 인물, 각종 지면의 변화 등을 분석한다. 이어 1912년의 대대적인 지면 개편과 매일신보의 소설관·소설론, 단편소설의 존재 상황과 의미 등을 살펴본 뒤 연재소설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다.
특히 ‘신소설→일본 가정소설 번안→서구소설 번안→이광수 창작소설’로 변화하는 연재소설의 변화를 총독부 통치방침은 물론 당시 국내 및 일본의 상황 변화까지 아우르면서 꼼꼼하게 논증한다.
저자는 신소설의 몰락과 ‘장한몽’과 ‘해왕성’으로 대표되는 일본소설 번안작의 등장과 퇴장, 춘원 이광수의 ‘무정’, ‘개척자’ 등이 결국은 국내외의 여러 상황과 그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살펴 그때그때 적절한 소설을 제공하려 한 ‘기획’이었음을 치밀하게 논증해 낸다.
하지만 1910년대 매일신보의 소설을 단순히 일제 지배자 측의 논리로 점철된 ‘전략’ 내지 ‘기획’으로만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매일신보의 소설이 비록 일제 당국이 가졌던 의지의 관철 수단이었지만, 그 와중에서 한국 근대소설사는 본격적인 근대소설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에 대한 사례 중 하나가 문장의 변화다. 언문일치체 구어체 문장이 근대소설의 문장인데, 그것은 간단히 말해 ‘~ㅆ체’ 종결어미의 사용, 즉 ‘~러라/~이라’체나 ‘~(ㄴ)다’체가 아닌 과거형 종결어미의 사용에 그 핵심이 있다.
그런데 1910년대 전반기에 집중적으로 발표된 매일신보의 단편작품들에는 1912년의 시점에서 이미 과거형 종결어미가 도발적이라 할 정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동안 1910년대 중반 양건식, 백대진 등의 신지식층 단편들에서 근대단편의 기원을 찾는 작업이 이뤄졌는데, 이 책은 이를 좀더 끌어올려 매일신보의 단편을 신지식층 단편이 나올 수 있게 한 자양분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소설에 대한 각종 인식을 변화 또는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단편소설 개념이 정착된 것은 1910년대 매일신보를 통해서다. 1910년 이전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단편소설은 1910년대 전반기 ‘현상응모’라는 방식을 통해 그 개념이 정착됐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