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철근이 죽은 철근에게
- 故 이철복에게
/김해화
비 온다
너를 때려죽이고도
현장소장들은 오늘도 온전하다
우산 쓰고 퇴근한다
밤낮없이
너는 죽어버려서 떠날 수 없고
나는 살아 있어서 떠날 수 없는 공사장
누운 채 비에 젖는다
죽은 너는 좀 짧고
살아 있는 나는 좀 길다
같이 녹슨다
- 일과시 동인 작품집 〈못난 시인/실천문학 2014〉
※이철복 2008년 3월 21일 공사장 사무실에 찾아가 밀린 3개월분 임금지급을 요구하던 철근공 이철복은 현장소장이 휘두른 철제 옷걸이와 의자에 가슴과 머리를 맞아 병원에서 수술 중 3월 24일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