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지옥
/고 영
끈끈이주걱 화려한 꽃잎 위에
부전나비가 앉아 있다
끈끈이주걱 흔들리는 만큼
부전나비 흔들린다
부전나비 날갯짓만큼
끈끈이주걱 흔들린다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꽃의 지옥이라도 좋다!
끈끈이주걱 아가리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기꺼이 날개를 접는다
- 고영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
사랑은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지옥에 빠지는 일이다. 끈끈이주걱은 식충식물이다. 그 아름다움으로 부전나비를 유혹한다. 부전나비에게 끈끈이주걱의 아름답고 달콤한 꽃 속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아름다움 속에, 달콤한 꿀 속에 빠져 허우적대다보면 어느새 부전나비의 몸체는 사라지고 만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자신이 소멸되는 것도 모르고 사랑 속에 빠져드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너에게만 반응하는 사랑은 호르몬 작용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작용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기꺼이 사랑 그 매혹 속으로 빠져든다. ‘꽃의 지옥이라도 좋다!’ 사랑은 그만큼 매혹적인 일이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