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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다. 구름사이로 숨었다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감췄다 다시 나오는 달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물 빠져 바람 소리만이 간간히 비릿함을 들추는 서해바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장엄한 듯 고요하다.

누군가는 소원을 빌었을 테고 누군가는 카메라에 달을 담기에 바쁘다. 밤바다와 멀리보이는 불빛 그리고 잠깐 혼자가 된 나는 달과 이야기를 나눈다. 구름에 달이 가려지고 달의 날짜에 맞춰 바닷물이 들고나는 시간이 다르듯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얼마만큼 인지 그 주어진 영역 안에서 나의 삶은 어떤지 하는 우매한 질문을 던진다.

한가위.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의 허전함인지 혹은 또 한 차례 통과의례를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안도감인지도 모를 마음을 보름달에게 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년의 여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누군가의 딸로서 할당된 지분을 지켜내는 것이 그리 수월하지 많은 않다. 팔십 중반에 접어든 노모가 차려주는 밥상을 내년 추석에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눈시울이 젖어들기도 하고 곧 큰 아이의 짝이 될 처자가 내 집에 식구가 되어 잘 적응해 주길 간절하게 바란다.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아버지에게 힘이 되어 든든하기도 하고 늘 함께 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눈높이만큼 못 미칠 경우 꾸중을 듣는 경우도 많다. 아버지는 더 잘하라고 채찍을 가하는 것이라지만 그것을 받아내는 당사자나 옆에서 보는 어미의 입장으로선 늘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하는 일을 믿고 맡겨도 좋으련만 부모마음이라서 인지 그것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칭찬은 인색하고 꾸중은 엄한 아버지와 친구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며 느릿한 천성을 가진 아들 틈에서 아내와 어미의 영역을 지켜내기란 고단하기도 하고 속상할 때도 많다. 곧 새 식구가 생길 예정이니 더 걱정이 앞선다.

일가를 이루고 자식 낳아 기르다보면 부모 심정 이해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진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달도 차면 기울 듯 자식이 장성하면 부모의 욕심도 기대치도 내려놓고 세월의 흐름에 맡길 지혜도 필요하지만 그럴 기미도 없다.

자식을 곁에 두고 보는 기쁨만큼 두 사람 사이에서 고뇌하는 분량도 내가 가진 세상의 지분이다. 순간순간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위안들 그것들을 하찮은 지분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며 나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내가 세상의 지분을 많이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진 빚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이다. 저물녘 육교 위에서 야채를 팔아달라는 노파의 눈빛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내가 진 세상의 지분이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 또한 살아있기에 행하는 세상의 빚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공짜는 없다. 무엇이 되었든 그만큼의 대가는 치르고서야 얻게 되는 것이 순리인가보다. 바다는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바다의 생명체들을 키우듯 달은 초생에서 그믐까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일정을 조정한다. 올 추석엔 유난히 큰 달이 떴다. 달의 크기만큼 마음도 커졌으면 좋겠다.

저 달 속에 내 지분 하나 들여놓고 소통하고 싶다. 비록 넋두리 일망정 어둠 속 환한 빛이 되어 가족과 주변의 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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