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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젖은 생각

젖은 생각

                               /권현형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

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

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

삼월의 창문을 열어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

소리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

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비 돌리며

바람이 좋아 바람이 너무 좋아 고백하는 내게

어머니는 봄바람엔 뭐든 잘 마르지 하신다

초봄 바람이 너무 좋아 어머니는

무엇이든 말릴 생각을 하시고

나는 무엇이든 젖은 생각을 한다



- 권현형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에서


 

 

 

살아가면서 가끔은 새로운 바람이 한번쯤은 불어오기를 누구나 바란적 있을것이다. 진부하고 식상한 삶속에서 높새바람처럼 후끈거리는 바람, 아니면 하늬바람처럼 청량해지는 바람, 아니면 삭풍처럼 가슴 시린 바람, 삶의 정황에 따라 그런 바람을 기다릴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는 바람이 좋아 좋아, 하며 자꾸 목이 길어지는 딸과 바람이 좋아서 무엇이든 잘 마르겠다는 어머니와의 풍경이 이채롭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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