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역별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 인사하기’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아파트의 특성상 한 공간에 여러 가구가 벌집처럼 모여 살지만 문만 닫아 놓으면 옆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도 아파트 같은 동 윗집 아랫집, 심지어 앞집도 서로 모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중에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이웃에 떡을 돌리며 인사를 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다. 그런데 이웃에게 이사 떡을 돌리다가 봉변을 당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아파트 인심은 삭막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도 서로 멀뚱히 보다 딴청을 부리기 일쑤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층간소음문제로 인해 이웃끼리 다투다가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태다. 이를 해결한 방법은 있다. 경기도가 가장 모범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도내 아파트 단지 9곳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모범답안이 있는 것이다. 선정 단지는 고양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남양주 덕소쌍용아파트, 수원 오목천청구2차아파트 등이다.

도의 선정 사유는 이 단지들이 자원봉사를 유도하기 위한 나눔 마일리지제도 도입, 지역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축제 개최, 텃밭 및 주민공동시설 설치 등 공동체 활성화와 관련한 우수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수원 오목천청구2차아파트의 경우 투명한 관리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장면을 녹화해 놓았다가 주민들이 공개요청 시 공개하고 있으며 단지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민공동시설을 조성했다. 이곳에선 주민 취미활동이나 각종 강좌 프로그램 운영된다. 온시민 마을봉사센터 설립, 평생학습마을 운영, 주민 프리마켓 상시 운영(아나바다활동) 등도 눈길을 끈다.

고양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공사(용역)업체 선정 시 주민참여단과 입주민 자원봉사 유도를 위한 나눔마일리지제도 운영, 다양한 취미활동과 강좌 운영, 국화축제·야외음악회·제니스 런닝맨 등 행사를 개최해왔다. 남양주 덕소쌍용아파트도 훌륭하게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화합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를 위한 사업을 펼치다 보면 친해져 정이 들게 마련이고 웬만한 이웃 간의 허물은 서로 덮어주는 이웃사촌이 된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아파트 모범관리단지들은 아무래도 이런 다툼이 덜할 수밖에 없다. 모든 아파트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