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시
/김진수
도대체 어디 가서 시를 만날 것인가
어떻게 쓰는 것이 시가 된단 말인가에
“고것 참, 배웠단 놈이 그런 것도 모르냐?”
언문을 배우신다 기어이 우기시는
한글학교 갓 입학한 일흔 여덟 울 어머니
“시옷에 짝대기 하나 빤듯이 끄서봐라!”
시옷에 짝대기를 빤듯이 끄서보니
사람(ㅅ)이 올곧은(ㅣ) 생각하날 부린다?
아뿔사, 이것이었네 네 모습이 시로구나
-2011년 ‘유심’ 5월호
시가 무엇인가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아들에게 시옷에 짝대기 하나 빤드시 끄서 보라는 어머니의 말이 미소를 자아낸다. 시는 대상을 베끼고 받아 적는다 라고도 한다. 이 시에서도 시인인 아들이 어머니의 말을 받아 적었다. 언문을 배우고 있는 어머니에게 시라는 글자를 쓰는 일은 시시했을 것이고, 아들은 사람이 올곧은 생각하날 부린다 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 습작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가 정서나 사상과 상상 그 표현의 자유를 획득한다 하더라도 시 한 편 한 편 쓰는 일은 두렵고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과일이 제 맛을 낼 때까지 기다리듯 시 또한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맛있게 익은 시가 좋은 시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