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먹다
/이운진
사람들은 쉽게 욕을 한다
짐승 같은 놈
짐승만도 못한 놈, 이라고
그 순간 초원의 한복판
사자와 가젤이 달려간다
가젤 한 마리를 뒤쫓는 사자와 사자로부터 도망가는 가젤이
몇 번째인지 모를 생을 헤아리며 달린다
사자나 가젤이나
먼먼 조상을 원망하지 않고
신이 편들지 않는 게임에서
서로의 운명을 팽팽히 당기며
짐승의 삶을 지킨다
빌딩 숲에서 나는 달린다
사자가 결코 부러워하지 않을
행복을 얻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가젤보다 위험하게
사자보다 숨차게 검은 밤을 헤맨다
사람 같은 놈, 이라고
사자에게 욕먹는다
- 이운진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중에서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이 있다. 행복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아들러 사상을 엮은 책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 맘대로 살아가는 길로 인도하지 않는다. ‘나를 타자에게 공헌한다’ 라는 사람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흔히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짐승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한다. 하지만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신의 이름으로 게임처럼 살육을 자행하는 사람의 세계는 짐승의 삶보다 위험하다. 사자가 빌딩 숲을 달리는 사람을 부러워할까. 사람이 사람 같은 놈이라고 짐승에게 욕을 먹고 발톱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검은 밤 숨이 차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