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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잎

                            /강은교



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와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않는 피(血)들 닦으며

아, 하루나 이틀

해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 수 있어요, 우린

땅 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1974년 9월에 발행된 강은교 선생님의 ‘풀잎’이란 시집 속에 있는 시이다. 저 시집을 75년 4월에 500원을 주고 사서 여태껏 읽고 있다. 사십여 년 만에 올 10월 3일, 함양 지리산문학제전에서 드디어 선생님을 육안으로 뵈었다. 알 수 없는 생(生)의 ‘삶과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방황하던 이십대 초반에 선생님의 시는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삶의 마지막 경계를 지켜 주었다고 감히 말해도 될지…. 서른 살 무렵의 그 크시던 눈망울은 이제 조용한 연륜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담담하고 잔잔한 노년의 선생님 모습은 내 가슴을 살짝 뛰게 했다. 누렇게 바랜 책장에 성함을 받고 자리로 돌아와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선생님의 나이든 모습을 닮고 싶어. 내가 원하던 그 모습이셨어. 선생님의 시는 우리 젊은 날의 진실이었어…’ 라고.

/송소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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