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돌해안에서
/채찬석
물젖은 콩돌해안
사파이어 밭
바위에서 떨어져 나와
철썩철썩
파도에 뺨을 맞으며
얼마나 많은 세월
몸을 갈다가
저리 둥근 콩이 됐으랴
따가운 땡볕과
차가운 별빛을 보며
수십 년 이를 갈면
옹골찬 의지조차
저리 고운 몸매가 되나
고운 손 어루만지듯
맨발로 딛고 서니
두드드득
신음 같은 뼈마디소리
부서져 내리는 응어리
※ 콩돌 해안: 백령도 오색콩돌길
시인은 지금 백령도 오색콩돌 해안에서 콩돌들을 바라보고 있다. 바위, 그 든든한 안식처에서 떨어져 나온 돌 조각들이 처음에는 버려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외로움에 따가운 땡볕을 원망했을 것이고 차가운 별빛에 한을 품기도 했을 것이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상처받고 때로는 치유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친해졌으리라. 이를 앙다물고 품었던 응어리가 어느 날 스르르 빗장이 풀리더니 새털처럼 가벼워졌으리라. 콩처럼 작지만 파도를 벗삼아 눈이 부시게 푸르른 사파이어로 탄생하였으니,
/권월자 시인·연무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