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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계

/고성만



맨드라미가

머리를 쭉 뻗었다가

푸드득 도약하여

칸나의 대가리를 찍는다

살점이 떨어져나간다

우수수 날리는 깃털

피가 튄다

야산에

깊게 팬 자동차 바퀴

신발 흙 질컥거리며

환호성 지르는 사람들

마스카라 지워진 노을이

저녁 꽃을 줍는다

 

 

 

기발한 발상은 세계의 풍경을 새롭게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언제나 읽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맨드라미’와 ‘칸나’의 꽃이 수탉의 붉은 벼슬과 닮았다는 데서 비롯된 이 시의 발상은 단숨에 정적인 꽃밭을 동적인 투계의 현장으로 바꿔놓는다. 그것도 펄펄 살아서 피가 튀는 풍경으로 바꿔놓는다. 게다가 그 풍경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과 ‘마스카라 지워진 노을’까지 끌어들인다. ‘꽃’과 ‘사람’과 ‘노을’이 삼위일체가 되어 완벽한 정중동의 미학을 구현한다. 치열한 세계의 한 순간이 한폭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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