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단기 금융상품에만 몰리면서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처음으로 9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958조9천93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조1천398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866조3천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93조원이나 증가했다.
단기 부동자금을 구성하는 항목을 보면 현금이 80조1천294억원으로 80조원 선을 넘었고 요구불예금은 188조5천700억원이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454조3천345억원, 머니마켓펀드(MMF) 69조9천98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20조1천996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4조3천67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10조2천284억원 등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3천억원에서 이듬해 646조9천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 말 712조9천억원, 2014년 말 794조8천억원 등으로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1년 새 137조원이나 급증했고 증가율이 17.2%에 달하는 등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만기가 짧거나 인출이 가능해 언제라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투자처로 이동이 가능한 단기 부동자금의 급증세는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확대 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 가기보다 대기성 자금으로 정체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시중에 자금이 풀려도 기업의 생산,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