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생체들어갔을때 염증 발생
폐의 질환 양성 흉막판 등 위험
석면 대체하는 것 인공섬유 제조
2009년부터 함유제품 수입금지
폐기품, 비닐로 싸서 토양 오염방지
석면(石綿)은 이름처럼 광석 자체가 실처럼 가늘고 긴 형태를 가지고 있다.
여러 번 가공을 해야 빛나는 철이나 보석과 달리 석면은 탄광에서 나온 암석을 쪼개기만 해도 부서진 파편이 실처럼 나와서 쉽게 실로 가공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면섬유들과 그것을 조금 가공한 석면사(紗)들은 원재료에 섞이는 것만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완제품에 함유된 석면은 전형적인 암석의 특성을 그대로 부여했다. 불에 타지 않고, 물리적인 압력에 강하며, 물에 녹지 않아 젖어도 망가지지 않았다. 따라서 석면이 함유된 시멘트로 슬레이트나 보일러 배관 등이 많이 사용됐고, 승용차용 브레이크 라이닝도 초기에는 석면이 함유된 제품이 사용됐다.
게다가 석면은 바로 자연에서 나온 것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이후에 석면을 대체하는 인공 섬유들이 제조됐다. 유리면(Glass wool), 암면(Rock wool)등으로 불리운 이들 제품들은 석면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쌌기 때문에 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렴하고 가공하기 쉽고, 오래 가는 석면의 문제는 그 석면이 생체에 들어가서도 오래 간다는 점이었다. 석면은 잘게 부숴지면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바늘 모양으로 쪼개진다.
이렇게 뾰족한 암석 조각(석면)이 폐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기관지 끝까지 내려가 침착이 된다. 보통 먼지는 코에서 걸러지거나 기관지 안에 들어와도 가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외로 배출된다. 하지만 석면 섬유는 바늘처럼 길고 가느다란 모양과 그 재질 때문에 체외 배출이 어렵다.
체내에서 오랫동안 남은 석면은 각종 염증을 일으키게 되고, 이러한 염증으로 자극이 지속되다 보면 폐의 바닥 부분부터 마치 상처딱지가 지는 것처럼 조직에 변화가 발생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폐의 질환이 양성 흉막판과 악성 중피종, 폐암이다.
아직까지 석면으로 폐암이 발생하는 병리적인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석면제조 제품을 다뤘던 근로자들에서 폐암이 발생할 위험은 석면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보통의 인구 집단보다 2배 이상 높고, 석면에 노출된 근로자 중에서도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은 보통의 인구 집단보다 폐암이 발생할 확률이 무려 5배 이상 높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석면이 폐암의 발생 원인 중 하나이고, 특히 흡연 등 알려진 발암물질의 악영향을 촉발하는 상승 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제기됐다.
악성 중피종은 10만명당 0.03명이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문 병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일단 발생한 악성 중피종 환자들에서 과거 석면에 노출된 경력이 있는지 알아보면 80% 이상이 석면에 노출됐다는 결과들이 나타났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악성중피종이 석면으로 인한 대표적인 직업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양성 흉막판은 악성중피종보다는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척 드문 편이고 암과는 달리 폐의 흉막에 흉터처럼 남게 되는 영상학적인 소견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본격적으로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에 처음으로 석면 배관공에서 발생한 악성 중피종이 직업병으로 인정돼 산재요양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특히 인체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청석면, 갈석면 등의 석면 종류의 수입을 금지했고, 2007년부터 국내에서 석면이 중량비로 1%가 넘게 함유돼 있는 석면함유제품도 허가를 받도록 관리를 하게 됐으며, 2009년 1월 1일에는 석면함유제품을 포함한 모든 석면 성분의 수입과 사용이 금지됐다. 문제는 기존에 석면을 사용했던 제품들이 건물 철거를 하면서 다시 환경 속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물에 철거 작업을 하기 전에 석면 함유 여부에 대한 점검과 철거 방법을 신고하고 검토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석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철거 방법은 건축물 전체를 비닐로 씌우고 음압을 걸어 대기 중에 먼지를 날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폐기된 석면 제품은 토양으로도 새어나오지 않게 비닐로 싸서 암매장을 하게 된다. 이 외에 이미 사용된 건축물에서 자연히 부식되는 석면 노출수준은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석면과 같이 직업환경적인 위험이 질병에 기여하는 위험은 절대적인 독성, 노출의 빈도, 그리고 이들의 가능성을 조합한 노출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발암성이 알려진 위험물질에 대해 알고 주의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질병의 발생에 기여하는 위험성은 노출수준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마친 후에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직업 및 환경 분야에서 새로 알려지는 물리화학적 요인의 유해성에 관심을 가지고 늘 의문을 가지고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또 시민들에게 유해성과 위험성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충분히 이해를 시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무일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정윤경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장·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교수>
/정리=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