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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로 쓰러져도 업무상 연관 입증해야 ‘산재’인정

산재법 시행령에 5가지로 원인 규정
질병·업무에 상당 인과관계 중요
맞지 않는 업무 등 출근만 하는 병명
번아웃·앱슨티즘·프레젠티즘 떠올라

 

■ 과로사가 일으키는 질병

지난 2010년 발간된 행복의 조건은 저자 조지 베일런트를 비롯한 하버드대학교에서 72년간 814명의 인생을 관찰하고 연구한 인간성장보고서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인생을 보낸 62명에서 공통적으로 밝힌 7가지 행복의 조건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그리고 알맞은 체중이었다고 한다.

현대 생활에서 이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Work)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교육과 인성을 바탕으로 심사를 거쳐 등용이 된 후 하루의 대부분을 근무환경 속에서 다양한 건강 생활습관(흡연, 음주, 운동, 식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업무량과 그에 따른 영향으로 병을 일으키는 경우를 소개한다. 먼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병의 예로 대표적으로 과로사를 들 수 있다. ‘과로사(過勞死)’라는 말은 일본어 かろうし(가로시)에서 유래됐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빠른 경제 성장에는 도요타 정신으로 무장된 일본 근로자들의 근면성이 바탕이 됐다.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26세의 펀드 매니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평소에도 성실했지만, 거품 경제가 빠지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다가 발생한 돌연사로 사회적 관심을 모으게 됐다.

이후 일본의 후생성에서는 ‘가로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산업재해보험 수혜 항목으로 인정하게 됐다. 서양에 비해 많은 작업시간과 직무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수행됐고, 2002년에는 가로시가 발음 나는대로 karoshi로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과로사는 2000년 7월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 얼마나 일을 많이 하면 업무상 재해, 즉, 일 때문에 병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간단히 보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상병 자체가 업무과 연관이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과로를 증명해야 하는 조건이다.

의학적으로 결정된 첫 번째 조건, 즉 과로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은 가장 최근에 개정된 우리나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시행령에 5가지로 결정돼 있다.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류 등 5가지는 서로 다른 병이지만, 기존에 잠재돼 있던 나쁜 건강 상태에서 갑자기 강한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그 영향이 마치 이미 장전된 총에 방아쇠를 당겨 총알을 쏘듯이 병의 급격한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진 병들이다.

따라서 현재는 업무상 질병에서 직업적 영향에 대해 발병장소가 회사였는지 집이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질병과 업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산재법 시행령 제34조제3항의 별표 3 참조)

또한 잘 맞지 않는 업무 등으로 인해 의욕과 성과가 없이 출근만 하는 근로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병명으로 ‘번아웃(Burn out)’, 앱슨티즘(Absentism)과 프레젠티즘(Presentism)등이 제시되고 있다.

번아웃은 우리나라 말로 하면 ‘소진, 탈진’ 정도라 할 수 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일에 지쳐 사람이 무감각해지고,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업무시간과 스트레스 등과 번아웃 발생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들이 1990년대 초에 시도됐다.

하지만 번아웃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대신 Absentism이 대두됐다. Absentism은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병결(病缺)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정말로 병이 나서 직장에 출근을 못하는 결근과 다르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거부감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Absentism은 근태기록에서 객관적으로 규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 적합한 지표가 됐다. 그리고 Presentism은 비록 근태는 유지되지만 의욕이 없어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종류의 일과 적절한 강도의 업무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행복의 요소가 되고, 이런 일을 찾기 위해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는 살기 좋은 직장이 늘어나길 바란다.

<도움말=정윤경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장·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교수>

/정리=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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