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기술·LX 등 10여곳
임기 끝났는데도 자리 지켜
마사회등 20곳 연내 임기 종료
업무지장 초래·보신주의 팽배
압수수색 이어 청문회 앞둔 삼성
“자칫 해 넘길 수도” 전망까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공공기관의 수장은 물론 2번의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그룹의 사장·임원단 인사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수개월째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일부 공공기관은 뒤늦게 기관장을 선임하거나 인선 작업에 들어갔지만, 임명 권한이 있는 대통령의 탄핵 및 하야 요구가 빗발치다 보니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며, 삼성 역시 최순실 사태 청문회 등을 앞두고 있어 상황은 마찬가지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계속해 업무를 보고 있는 공공기관장이 여전히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원 이사장이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사임한 뒤 8개월째 장기 공석이었던 한국석유관리원이 지난 28일 내부 출신인 신성철 이사장을 새로 맞은 것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남동발전(허엽→장재원), 한국서부발전(조인국→정하황), 대한석탄공사(권혁수→백창현), 한국수력원자력(조석→이관섭)은 뒤늦게 신임 사장을 영입했다.
지난 9월 2일로 임기를 마친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1년 연임키로 했으며, 국토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지난 6월 6일 임기를 마친 김한욱 이사장에 이어 5개월만에 이광희 신임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갔다.
하지만 9월과 10월, 11월에 임기가 종료된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 산업부 산하 한국전력기술, 국토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 금융위 산하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아직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공석이거나 기존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마사회, 소상공인진흥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20곳에 이르는 기관들도 연내 기관장 임기가 끝나지만, 현 국정 사태를 고려하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매년 연말이 되기 전 기재부가 다음해 사업 계획하기 전 평가 및 준비 기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평가 지침을 각 공공기관에에 내려 보내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소속 직원들도 어수선한 분위기 등에 휩쓸려 사실상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에선 ‘차라리 일을 만들 지 않는 것이 낫다’는 보신주의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태다.
A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임명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솔직히 아무일 없는 듯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며 “최소한의 업무를 수행하며 현 국정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원할 뿐”이라고 귀띔했다.
매년 12월 초 이뤄지던 삼성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도 다음달 6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잡혀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최소한 다음달 중순 이후 늦으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검찰에 의해 거의 초토화된 것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공기관과 달리 기업은 인사와 업무는 별개이기 때문에 늦은 인사로 인한 업무 지장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