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되면 외국인들 보기 창피해
‘문화거리’ 타이틀 내렸으면…”
올해는 분수대도 고장 방치되자
방문객도 쓰레기 투기 다반사
시·구, 정비책임 이원화도 한 몫
“나혜석 거리 이미지요? 눈에 띄는 건 술에 취해 옹기종기 모여 담배 태우는 사람들이고, 쓰레기에 둘러싸인 나혜석 동상이며 분수대를 보면 문화 거리 명성과는 거리가 멀죠…이제는 그냥 술집과 취객이 즐비한 유흥 거리라고 해야 맞지 않나요?”
12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거리’에서 만난 정지영(29·여) 씨는 “길 건너 ‘인계동 박스’(수원의 전국구 유흥가)는 밤이면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수천인데, 특히 외국인들 보기 창피해서라도 문화 거리 타이틀은 좀 내렸으면 한다”며 “혹시 나라(수원시)에서 말하는 문화라는 게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수원의 대표 문화 거리를 표방하고 있는 나혜석 거리는 여류 화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나혜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수원시가 지난 2000년에 조성한 300m가량의 문화 거리로, 나혜석의 동상과 조형물, 도시형 분수대 등이 조성돼 있어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그러나 정결의 공간이어야 할 나혜석 거리가 취객에 의한 오물과 막무가내로 버려지는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거리 입구에 조성돼 매년 수려함을 뽐내던 분수대는 과거의 모습을 감춘 채 올해 가동을 멈춘데다가 분수대 내부는 마치 쓰레기 적치장을 방불케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팔달구와 나혜석거리상인회는 ‘깨끗하고 쾌적한 나혜석 거리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마땅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또 나혜석 거리 내 분수대와 조형물 등을 관리하는 수원시환경사업소와 가로 정비를 담당하는 팔달구 간 정비 책임이 이원화돼 있어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 의식 부재도 한몫 거들고 있다. 실제 거리의 시민들은 가동하지 않는 분수대에 걸터앉아 태우고 남은 담배꽁초를 조형물에 튕겨 버리는가 하면, 손에 들고 있던 음료병이나 플라스틱 커피 용기를 아무 곳에나 내던지고 자리를 뜨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는 장마가 길어지기도 했고, 전기시설도 고장나 분수대를 가동하지 못해 분수대에 쓰레기가 방치된 것 같다”며 “앞으로는 환경 정비에 좀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김홍민기자 wal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