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영
산 자, 죽은 자들이
검고 흰 건반 위를 맨발로
발꿈치를 든 채 빠르게 혹은 아주 느리게
이리저리 겅중거리며 춤을 추듯 뛰어간다
풀벌레 소리를 따라 행복한 충만으로 들떴지만
그러나 덧없는 시간은 곧
어둠 속 대숲이 우는 소리를 따라
바람 속에 홀로 앉아 먹먹한 가슴을 맡겨 놓고
한없이 적막하다
콘서트는 끝나고 열정도 떠나갔지만
그리움은, 어스름 저녁 무렵
강변에 깔리는 나직한 안개로
아직도 산언덕 저편에 그림자로 깔리고…
잔치를 벌이고 끝난 날 해후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하는 시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부재로 일어난 일들이 일어났다. 인연을 맺고 돌아가는 그 짧은 시간의 고통을 곱씹고 원망을 한들 망자는 돌아오지 않고 잠을 잔다. 혼자 여행을 갔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영광의 상을 거부했다면, 고향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문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살아있는 아름다운 잔치는 시들어버렸고, 한 사람의 빈자리가 외롭고 처연하기만 하다. 같이 즐겼던 콘서트 명상은 이제 이별하여야 한다. 상처는 위로가 안되겠지만 그래도 잊어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삶에 고통의 시간을 줄이려 밤마다 시인은 꿈을 꾼다. 스쳐가는 바람도 회억을 몰고 온 그리움도 이제 우리들의 이별이 왔으니, 그 바람도 떠나려 하고 있으니 어쩌랴, 살아있는 날들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자.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