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바람과 나무
/양현주
푸른 눈동자를 뿌리에 묻고 나무의 등을 바라본다
뒤돌아보면 현기증이 났다
공원 뒤쪽, 바람의 이름이 생생하다
기억 속에는 화음이 없다
은행나무 두 그루 간격이 천년인 듯 멀다
접붙일 수 없는 마음 사이 가냘픈
이파리는 헤프게 흔들려서 슬프다
돌멩이 잠 깨도록 바스락, 울음소리 들린다
축 처진 어깨 어르지 못한 흠집에 대하여
가슴에 묻었던 노란 머리 숨결에 대하여
말로 하자면 헛기침 나는 일이다
뒷모습을 껴안은 무성한 하늘 푸르락하다
- 양현주 시집 ‘구름왕조실록’
머물렀던 자리는 기억을 좌우한다. 생생하거나 희미하거나 아예 잊혀버리거나, 그 모든 것이 지나온 길 위의 뒷모습으로 남는다, 너와 나 사이 존재하는 간격은 언제 어디서나 있다. 그러나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서로가 천년인 듯 먼 간격으로 있을 때 내게 다가오는 상처는 크다. 그렇게 아무런 화음 없는 관계 속에서 아무런 몸짓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간절히 떨쳐내고 싶은 슬픔이다. 한번 멀어진 마음과 마음을 접붙일 수 없는 마음 사이 가냘픈 이파리처럼 매달려 헤프게 흔들려야만 하는 것이라니, 이제는 먼 시간이 되었어도 그 사랑의 부재가 낳은 결과물을 누구에게라도 말로하자면 헛기침이 나니 우리는 좀 더 서로를 생각하자 가까워지자.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