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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공정함과 상식이 통하는 갑과 을의 사회

 

우리 사회는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공적인 관료제도에서부터 사적인 기업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상관과 부하들로 높낮이가 있으며 지시, 명령과 수행, 복종의 관계로 체계가 운영된다. 때문에 갑을관계 사회 속의 대부분 구성원들은 보다 높은 갑의 위치로 상승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한다. 또한 절대 갑과 절대 을은 있지 않으며 전체 사회적 갑을관계는 항상 유기적으로 변화, 발전, 쇠락, 도태되는 연속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 한 개인의 위치는 그 누구에겐 갑인 동시에 또 다른 누구에게는 을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 잦은 논란으로 갑을 사이의 불협화음 문제를 주요언론에서 자주 접한다. 한동안 매스컴을 뜨겁게 했던 ‘미투운동’과 ‘재벌가족 갑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갑을의 관계등식이 강자와 약자로 규정된 것으로, 약자의 저항불가 상황을 전제한 강자의 횡포정당화로 기인된 것이다.

한 사회의 갑을관계가 강자와 약자의 성격으로 주로 형성될 때에는 을의 위치에서 갑질을 당한 한 개인은 사회적 스트레스 전염원인자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또한 그 누구에겐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병원장의 횡포에 간호사는 소외계층 환자에게 거칠어질 수도 있고, 대기업의 횡포에 하청업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월급을 미루거나 비도덕적 처우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만연된 갑을-강약관계 사회는 전체적 스트레스와 우울한 분위기로 몰락의 방향으로 가기가 쉽다.

진시황제의 중부(仲父)이며 상국(相國)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던 여불위는 영속하는 제국을 꿈꾸며 치밀한 기초설계를 사전에 했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 수많은 학자들을 동원해서 춘추전국시대의 모든 사상을 연구검토하여 백과사전과 같은 여씨춘추를 편찬했다. 모두 161편 20만자에 이르는 방대한 논설의 주목적은 통치의 지침으로 삼고자 기획된 것이다.

여불위는 최고의 ‘갑’인 황제가 사회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공정성(公)’에 두었고 ‘귀공(貴公)’편에 다음과 같이 예시하고 있다.

“옛날 성왕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반드시 공정을 우선시했다. 공정해야만 천하가 평화롭게 된다. 천하를 얻은 사람이 많은데, 반드시 공정에 의거하기에 천하를 얻고 편파성에 굴복하면 천하를 잃는다. [중략]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사람의 천하이다” 즉, 세상의 균형과 조화는 공정함으로 유지되며 불공정이 만연된 사회는 그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중독(갑질중독)의 원인을 의(意), 심(心), 덕(德), 도(道)의 혼란으로 자기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으로 보고, 그 결과로 타인들을 자기세계의 부품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意)’과 ‘마음(心)’, 그리고 ‘어진 행위(德)’와 ‘사리분별(道)’이 교란되지 않으면 타인을 자기세계로 더 이상 끌어들이지 않으며, 타인의 세계에도 관여치 않고 안정된다고 했다. 정작, 공정성과 분별력으로 영원한 태평성대의 제국을 꿈꾸었던 여불위도 섭정 5년 후 진시황이 18세로 친정에 들어가자 권력욕을 놓지 못한 체 삶을 비참하게 마감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공정’했으며 ‘상식이 통하는(意·心·德·道) 사회’에 살아왔는가의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 모순에 눈뜨며 개선의 노력을 해왔는가란 질문과 병치되는 듯싶다.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사고뭉치 재벌가 막내아들의 큰 사고를 두고 아버지는 “지금 막 퇴임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알아봐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같은 대사들을 무심코 스쳐 들어왔다. 긴 시간 동안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통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약자(乙)들의 억울함과 피해를 우리는 무의식으로 방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도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갑을사회의 모순 속에 갇혀있다.

갑과 을의 불편한 관계들의 완전한 청산은 불가능하나 자각과 변화의 점진적인 과정 속에서 갑을 사이의 소통문화가 강조되어야할 때이다. 나는 사회 속에 갑이자 을이다. 따라서 나의 을에게 갑과 같이 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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