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다
/양문규
꽃 피는 중이다
벌과 나비가 꽃 위에 앉는다
바람 부는 중이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비 오는 중이다
두꺼비가 새집 다오 외친다
눈보라 치는 중이다
수리부엉이가 어둔 밤을 난다
그 사이 나는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어느 사이를 기다리는 중이다
꽃 피는 ‘중(中)’에는 벌과 나비가 꽃 위에 앉아 그 황홀경을 만끽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비오는 ‘中’에는 살던 집이 무너지고 새 집을 찾아 터덜터덜 걷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중’을 ‘중[僧]’으로 읽어보면,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僧’에게는 그 마음이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수리부엉이처럼 어둔 밤을 헤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또 이 ‘僧’에서 그 의미를 구성하는 ‘사람[人]’을 빼내어 읽어보면, 꽃이 피다가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하는 차안과 그 차안을 떠난 피안 사이를 방황하는 사람이 보인다. 방황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