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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섬을 읽는 시간

섬을 읽는 시간

                       /박미라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아득한 곳에서 흐느끼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뽑히지 않는 뿌리 쪽으로 침을 뱉고 돌아눕는데

철철철철, 소리도 없이 넘치는 물줄기에 얼굴이 젖고

돌팔매를 맞은 듯 옆구리가 결린다

내가 여기 한 개의 못으로 박힌 것이라면

염분 속에 묻어둔 절반의 몸은 누구의 시간인가

저녁을 핑계로 멀리 간 마음이 돌아오는 중인지

끔찍한 허기가 밀려온다

한 번씩 푹, 엎어져서 숙성됐다고 우기는 것들을 쏟아내는 동안은

날씨도 계절도 상관없다

꿈의 익사체들이 가득한 하늘을 힘껏 밀어낸다

 

 

혼자만의 시간에 잠길 때가 있다. 오로지 단 하나의 섬이 되어 나를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것은 섬이 섬을 읽는 시간이다. 내가 나를 읽으며 아득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의 흐느낌을 듣는 일이다. 세상은 온갖 희로애락이 점철되는 곳이다. 그래서 때로 나에게 다가오는 갈등과 절망은 나를 죽은 듯이 누워있게 한다. 그 시름에 젖은, 뿌리 뽑히지 않는 뿌리 쪽으로 침을 뱉고 돌아누워도 물줄기는 소리 없이 넘친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니, 때가 되면 돌아오는 것이 마음이다. 내가 나를 위한 해결의 방법이다. 그것은 내가 섬이 될 수밖에 없던 일들에 대한 의문을 갖는 일이며 허기처럼 몰려온 핑계 아닌 핑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허기는 한 번씩 푹 엎어져서 날씨도 계절도 상관없던 그 시간을, 죽은 꿈이 가득했던 하늘을 힘껏 밀어내는 것이니, 우리는 그렇게 온갖 고달픔을 이겨내며 일어나는 것이다. 또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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