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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등

                         /방민호

한밤에 켠

꽃등은 아름다웠네

꽃등들 한데 모여 춤추면

꽃등에 그린 것들

살아있는 듯했네

노란 오징어가 헤엄쳤네

파란 코끼리가 앞발 이리 내딛고

저리 내딛고

빨간 올빼미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장난스레 웃었네

꽃등 아래 서서

꽃등을 보면

세상은 왜 그리 탐스러운지

종이로 빚은

꽃등들의 아침은

생각나지 않았네

오로지 밝게 지금 빛나는

한밤의 꽃등만

사랑할 뿐이었네

 

 

한낮의 꽃등, 밝은 대낮의 꽃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내 앞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들, 내 안의 가난과 남루와 곤궁 같은 어둠들, 내 밖의 압제와 만행과 농단 같은 어둠들 속에서의 꽃등이야말로 빛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한밤의 어둠을 뚫어내지 못하고, 그 어둠에 매몰되어, 어둠과 똑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본래 빛이었을 것이다. 빛으로부터 생겨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밤을 밝힐 수 있는 꽃등이어서, 꽃등들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노랗게 헤엄치면서, 파랗게 휘저으면서, 빨갛게 웃으면서.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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