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발바닥
/김금용
언제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을 만져보았던가
희고 매끄러운 탄성
핏줄 환히 들여다보이는 처녀지
주름 한 줄 없다
그늘 하나 없다
다섯 개 발가락마다 말간 핏줄거울 달고
지구별로 날아든 새 생명,
거대한 코끼리 발바닥보다 야무지다
한 개인사가 가족의 울타리가
저 주먹 쥐고 내뻗는 발힘으로
첫사랑, 첫 설렘으로
새 역사를 내딛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은 보드랍고 말랑하다. 시인은 이것을 “지구별로 날아”들어 온 생명체의 기원으로 보면서 우주의 기원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있어 건투를 비는 마음으로 “전사의 발바닥”이라는 멋진 제목을 달았다. 제목만큼이나 시인은 세상을 향해 씩씩하고 건장한 사고를 추구한다.발바닥을 만져보면서 “거대한 코끼리 발바닥보다 야무지다”는 표현을 통해 양가적인 측면의 발견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세파를 헤쳐나갈 아이의 발바닥은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예감하면서도 “첫사랑, 첫 설렘으로/ 새 역사를 내딛”을 테니 이 또한 아름답다. 발바닥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내딛는 생명력의 표상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발에 의해 눌리는 것이니 억압의 상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앞으로 펼쳐질 생을 딛느라 아플 것이고, 아픔을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 /박수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