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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저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시를 읽다 보면 절로 시속의 여인이 그리워진다. 봄꽃이거나 혹은 산들 부는 사월의 연초록 바람 같아서 어느덧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고 자꾸 사랑스러워진다. 시를 억지로 비틀거나 기교로 덧칠하지 않아서 편안하고 착하다. 어쩌다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라치면 가볍게 감정의 겨드랑이를 살짝살짝 간질여서 웃음 짓게 한다. 솔직히, 도망가고 싶고 훔치고 싶은 꿈들이 그녀의 내면에 있다. 알 수 없는 아픔이 문득 기억의 물그릇을 엎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 잔 술로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도 많이 웃으며, 환하게 현재를 긍정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더없이 밝고 무진장 사랑스럽다. /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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