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계鬪鷄
/정찬교
면도칼을 발목에 매단 닭은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했음이 분명하다.
신神이 벌 줄 곳을 찾다가 보낸 이곳
그래서 쉬지 않고 싸우면서 벌 받는 닭,
(중략)
늘어진 날개깃에는
이미 얼룩얼룩한 백납의 꽃이 피었는데도
연일 솟구치는 허공
촘촘하게 박혀 있는 사금파리를 보면서
닭은 이해할 수 없다.
적敵은 왜 생기는가?
살 베이듯,
음절 하나씩 피 묻은 살점.
절뚝거리면서
구름이 닭 벼슬처럼 붉은 저녁 길을 걸으면서
닭은 의아하다.
누가 적敵을 만드는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쉬지 않고 싸워야만 하는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식물들은 가뭄과 홍수와 바람에 맞서 싸워야 하며, 동물들은 먹이와 제 짝과 영역을 위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사람은 이 모든 것들과의 싸움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투계처럼 연일 솟구치고 절뚝거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적들이 왜 생기는지 투계가 이해할 수 없듯이 우리도 우리의 적을 누가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언젠가는 이 적들이 친구가 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