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蝶道
/이선균
막 우화한 물결나비 우편함 속으로 날아와
숨을 할딱인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든 시집
날개를 펼치면 내 이름이 박혀 있지.
나는 겹눈을 굴려 나비의 내상(內傷)을 읽는다.
눈부신 상처에서 꽃 냄새를 맡는다.
상처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는다.
날개에 베어 피를 흘린다.
나는 우화를 꿈꾸는 유충.
등이 가려운 건 나비를 만난 효과.
나는 마른 풀잎 뒤에 숨어 지내지.
탈각이 두려운 거지.
들킬까 봐.
읽힐까 봐.
지칠까 봐.
막 우화한 나비가 날개를 달았군요. 내게도 날개 돋으려는지 등이 가렵군요. 한 마리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이 내게 태풍과도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 나비의 물결무늬 속 내상이 만만찮음을 봅니다. 어찌 아니겠습니까. 애벌레에서 용화를 거쳐 번데기가 되고 다시 우화하기 까지, 나비는 숱한 고뇌와 자기성찰, 우여곡절의 아픔과 좌절을 뛰어넘어야 훨훨 지상의 꽃들을 탐할 수 있으니까요. 접도蝶道, 저 나비의 길, 그것이 시인의 길임을 우편함 속으로 날아든 시집의 작은 파문으로 직감합니다. 언제쯤 우화할 수 있을까, 나비의 길을 꿈꾸지만 막상 두려운 건 세상속입니다. 시인들에겐 그것이 아이러니지요. 아프고 힘들고 지쳐서 시를 쓰지만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타인들에게 읽히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두려워 숨게 되는 접도! 그 고행길에서 누군가 소리쳐주길 기다립니다. 등을 찢고 날개를 꺼내라고, 힘차게 비상하라고.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