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이난희
유령처럼 새벽은 열린 창문에 기대어 있고
포스트잇이 흔들렸다
불안의 글자들이 창문 아래로 떨어졌다
오랜 어둠이 따뜻한 결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죽은 기억을 들고 사라져 줄 수 있을 것 같다
글자를 잃은 포스트잇의 얼굴이 차갑다
아까워서 오래 쥐고 있었던 건 아닌데
식어가는 까마귀 울음
다음엔 기척이 없다
찢긴 이파리가 제 심장을 마저 떼어주는 그 순간이
평화라면
신의 세계에 도착할 수 있겠다
유채색 꽃잎은 환하다
환해서 홀로 천국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불안의 연속이며, 그 불안은 우리를 어둠 속에 몰아넣기도 한다. 시인은 그런 어둠이 따뜻한 결로 다가올 정도로 오래 되어, 그곳으로 기꺼이 사라져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실 어둠은 우리가 서로의 ‘숨’을 막히게 함으로써 비롯되는 일이다. 죽음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에게 행하는 음모와 협잡과 방치가 우리의 숨을 막히게 한다. 유채꽃 무리처럼 잘 났든 못 났든 간에 함께 어우러질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숨이 트인 유채꽃처럼 환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