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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 연꽃 밭에서

 

 

 

연꽃 밭에서

/이건청

진흙밭에 빠진 날, 힘들고 지친 날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그만 자리에 눕고 싶은 날

연꽃 보러 가자, 연꽃 밭의 연꽃들이

진흙 속에서 밀어 올린 꽃 보러 가자

흐린 세상에 퍼지는 연꽃 향기 만나러 가자

연꽃 밭으로 가자, 연꽃 보러 가자

어두운 세상 밝혀 올리는 연꽃 되러 가자

연 잎 위를 구르는 이슬 만나러 가자

세상 진심만 쌓고 쌓아 이슬 되러 가자

이슬 되러 가자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자리에 눕고만 싶은 날.

 

 

 

 

연꽃 밭에서나마 평온을 잠시 나누고 싶었던 것일까? 온화하고 정깊은 시인에게도 삶의 고통의 흔적을 끌어내게 하는 시다. 박목월 시인의 추천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목선들의 뱃머리’가 당선되어 시단에 나왔다. 교수로 정년을 마치고 한국시인협회를 이끌어왔던 시인이다. 이상적인 인간의 길과 시업의 길에서 만나는 파고의 날들이 누구에게든 마주하는 때가 있다. 연꽃을 밤하늘에서 내려 보면 어떨까? 가녀린 모습으로 시간을 쌓아 세월을 만들고, 가슴에 품고 사는 기억의 상처들을 강물에 실려 보내듯 고통과 그리움은 누군가의 메마른 가슴을 비추고 영원한 안식처의 도피를 감내하는 계단으로, 시인의 팍팍한 긴 호흡들로 늘어서 있다. 가다 멈추고, 내재하지 않는 울분들이 주변을 맴돌 듯 시인의 가슴 한켠에 단단하게 숨어있는 멍 하나를 뽑아드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 시인의 길로 살아온 여정으로, 화해와 용서의 손길로 치유하고, 어두운자를 밝게 일어서게 하는 사랑의 힘, 시인의 힘으로 연꽃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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