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차사건 공소시효 만료
폐기원칙 불구 이례적 특별 보존
첨단 과학수사로 범인 찾아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됐는데
기록보존 기한제 여전 불합리
“최소 50년·DB화 보존을” 지적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30여년만에 이춘재를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지만 미제 수사기록을 25년만 보관한다는 내부 수사 규칙에 따라 오래된 다른 미제 사건들은 이런 기회조차 얻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17일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277조에 따르면 수사 미제사건 기록철 보존 기간은 25년으로, 기간이 지난 사건 수사기록은 원칙적으로 폐기되며, 2010년 5월 시행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통해 전산상 보관되는 사건도 이 절차를 따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지나면 사건 자체를 보관하는 게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일정 기한이 지나면 폐기한다. 서류 등을 보관하려면 물리적인 공간도 필요한데 이도 쉽지 않다”며 “25년이 지났다면 사건 기록은 원칙적으로 폐기됐다고 보면 된다. 다만 보존 기간이 지났어도 미처 없애지 못한 사건 기록이 남아있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화성 사건 기록도 원칙적으로 폐기됐어야 하지만 워낙 국민적 관심 사안이다보니 특별 보존됐다.
경찰은 10차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날 때쯤인 2006년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보존된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품으로 인해 이춘재는 30여년 만에 범인으로 지목돼 그의 여죄를 밝힐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과학 수사 능력이 향상하고 있는 만큼 미제사건 기록 보존 기간도 연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죄의 경우 ‘태완이법’ 이후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도 기록 보존기한은 여전히 25년으로 묶여 있다”면서 “25년 안에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보존기간이 최소 50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과거와 달리 과학 수사 능력이 날로 발전하면서 오래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사건 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다면 반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는 모방 범죄 혹은 별개 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을 비롯한 모두 10건의 ‘화성 사건’을 포함해 그 외 살인 4건, 성범죄 30여건도 본인이 벌인 짓이라고 자백했다.
그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