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파는 발
/이성부
내 발은 자꾸 한눈을 판다
내가 보는 곳이 아닌 곳으로
내가 가야 할 길 벗어난 샛길로
나를 자꾸 이끌어가기를 좋아한다
내 발을 한참 따라가다가
뒤늦게서야 유혹에 빠진 것을 알았다
잘못 가는 길임을 알고 나서도
한동안 그렇게 나를 내버려두는 일
그대 뜻대로 나를 맡겨버리는 일
낯선 아름다움에 젖어드는 일
몸을 추스려 되돌아서는데
내 발도 돌아서서 나를 따른다
이것이 삶이다라고 하나 배우면서
내 발이 웃고 나도 웃는다
- 이성부 시집 ‘지리산’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저 멀리 다른 세계를 향한 끝없는 갈망이다. 이러한 이상향의 추구는 어느 누구도 비켜 갈 수 없는 것으로, 늘 길 위에 서있는 우리에게 나 자신을 추스르고 다스리라 하는 단단한 의지를 요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이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 길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는가. 하지만 나도 모르게 모르는 길을 가고 있을 때가 있다. 분명 이 길이 아니라 하면서도 걷고 있는 길, 그것은 내 발이 한눈을 팔고 있음이다. 내가 보는 곳이 아닌 곳으로, 내가 가야할 길 벗어난 샛길로, 나를 자꾸 이끌어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 발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유혹임을 알게 된다. 길의 판도를 바꾸고 내 생의 궤도까지 바꾸기도 하는 일, 낯선 아름다움이긴 하지만 되돌아올 줄 알아야 한다. 내 발의 어이없음을 수정하고 제대로 된 길을 걸어야 앞으로의 삶이 편하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