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기사 - 돈키호테가 둘시네아에게
/임채성
미치게 보고 싶소, 뼛속 시린 새벽이면
풍차거인 마주하던 대관령 등마루에서
하나 된 우리의 입술, 그 밤 잊지 못하오
풋잠 깬 공주 눈엔 태백성이 반짝였소
서로의 몸 비비는 양 떼들 울음 뒤로
하늘도 산을 안은 듯 대기가 뜨거웠소
한데 이젠 겨울이오, 인적 끊긴 산정에는
로시난테 갈기 같은 마른 풀만 듬성하오
나는 또 그 말에 올라 북녘으로 길을 잡소
백두대간 어디쯤에 그대 앉아 계실까
폭설이 지운 국도 철조망이 막아서도
숫눈길 달려가겠소, 한라에서 백두까지
■ 임채성 1968년 경남 남해 출생, 200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등 수상, 시집 『세렝게티를 꿈꾸며』, 『왼바라기』, 시선집 『지 에이 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