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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오동나무

 

오동나무
                                           /정일남
오래 살아온 오동나무는 꿈이 있었다
가야금이 되어 가야를 노래하거나
거문고가 되어 진랑의 사랑을 읊거나
장롱이나 탁자 문갑 혹은 병풍틀
아니면 나막신이라도 되어 살고 싶었다
 
오동꽃 호시절이 가고 명이 다한
오동나무는 무엇이 되어도 좋았으나
가난한 시인의 관(棺)이 되었다
오동은 숙명을 받아드렸다
시인의 시를 먹고 시인과 몸을 섞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행운이라 여겼다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에 
누구 찾아오지 않아 고적감이 좋았고
나는 오동나무에 등을 대보았다

 

■ 정일남   1935년 강원도 삼척출생. 관동대학교 상과 중퇴. 197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1979-1980년 ‘현대문학’ 시 추천. 시집 ‘훈장’ ‘감옥의 시간’ ‘봄들에서’ ‘금지구역 침입자’ 등 다수. 공간시낭송회 상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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