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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토사구팽(兎死狗烹)과 믿음(Trust)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 삶아먹는다”는 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필자의 눈길을 끄는 글이 올라왔다. “포천파출소에 사는 왕방이·왕순이를 지켜주세요.” 포천시의 포천파출소에서 약 3년 전부터 키우던 강아지 왕방이·왕순이를 필요할 때는 계급장까지 달아주며 홍보하더니 이제는 파출소측이 이 강아지들을 파양한다는 내용이며, 심지어 입양당시 ‘동물등록’을 편의상 파출소가 아닌 이웃주민 명의로 했기에 소유권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파출소측은 길 잃은 유기견을 돌봐주고 양육함으로 어렵고 힘든 시민을 돌봐주고 도와준다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별반 다른 파출소와 차이점이 없는 시골 파출소에 ‘신규 홍보컨텐츠 창출’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소위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결과는 어떠한가? 말 그대로 토사구팽으로 파출소 입장에서는 안하니만 못한 격이 되어 버렸다.

 

인간은 본디 이기적이다. 그렇기에 유발하라리의 초 베스트 소설 ‘사피엔스(Sapiens)’를 보면, 인간은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의 감성과 지능을 낮게 평가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게 동물의 감성과 지능을 낮게 평가절하해서 본인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라면, 과연 파출소에서 행한 ‘토사구팽’에 왕방이·왕순이는 이러한 결정을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짐작컨대 어림없을 것이다. 인간의 지능보다 낮고, 우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뿐 분명 그들도 고통이 있고 그들의 의사도 있었으리라. 어디 인간이 동물에게만 이러한 이기적 행동을 하겠는가? 인간이 동물에게 했던 이기적 행동을 이제는 함께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타인을 평가절하하며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권력과 자본을 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인간사회에서도 이러한 ‘토사구팽’의 현상은 항상 발생하는 일상적인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이라고 말했다. 즉,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타인의 감성과 지능을 활용하여 부족한 면을 채우며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인간이 타인과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없다면 과연 그것이 인간답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좋던 싫던 간에 인간은 타인과 함께 교류하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이 사회에 왕방이·왕순이처럼 개개인 모두가 이용당하고 나중에 버려질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이것을 일상적인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유지되어질 것인가? 아마도 무법천지가 되어 질 것이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일상적인 말이 되어있지만 그 보다도 더 먼저 타인이 나를 혹은 사회가 나를 ‘토사구팽’하지 않는다는 ‘믿음(Trust)’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지탱되어진다. 그렇기에 이 사회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단어가 바로 ‘믿음(Trust)’인 것이다.

 

얼마 전 어떤 곳에서 아주 짧지만 인생의 지혜를 담은 글을 보았다.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항상 “친구들을 도와주세요”, “잘못했을 땐 먼저 사과해요”, “서로 양보하며 화합해요”라고 가르치고 우리는 이미 그 과정을 훌륭히 소화해내어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해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의 답을 이미 배웠고, 알고 있음에도 이를 망각하며 살아간다. 아니, 동물에게 우리가 한 것처럼 타인에게 가지는 이기심에 대한 죄책감을 이겨내기 위해 상대방의 지성과 감성을 평가절하하고 이를 망각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존, 공생, 배려, 협력’은 이 사회를 지탱하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말이지만 이 말도 상대가 나를 이용하고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Trust)’이 있어야만 온전히 그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일상이 되어 버려 마음이 씁쓸하지만, 그보다도 더 먼저 ‘믿음(Trust)’은 우리의 아주 먼 기억 속 유치원 때 이미 깨우친 근원적 진리였음을, 그리고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속에 깨닫고 명심해야 한다. 다시는 ‘토사구팽’ 이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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