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로 드나드는 오토바이 타이어에 펑크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에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아파트 주민들과 오토바이 배달원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신축 아파트 단지는 지하주차장 외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하는데다 오래된 아파트 주민들도 단지내 오토바이 출입을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시 청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1년 전부터 오토바이의 지상출입을 막고 있지만, 여전히 배달 오토바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초‧중학교와 버스 정류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화단 50여개와 볼라드 46개 등 진입방지시설을 세웠다. 우체국 집배원과 이삿짐 운송 차량만 출입할 수 있다.
이 아파트 주민 이모(38‧여)씨는 “한동안 단지 내에 오토바이가 줄기는 했지만, 대로변에서 굉음을 내는 배달 오토바이는 여전히 골칫거리”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면서 포장‧배달음식 수요 또한 급증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조3543억 원, 2018년 4조7730억 원, 2019년 9조877억 원으로 매년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5개월 만에 6조 원을 넘어섰다.
화성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도 정문에 진입금지 시설을 설치하고, 배달대행업체를 상대로 지속적인 민원을 신청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가끔 이 지역을 잘 모르는 배달원이 지상으로 들어오기도 한다”며 “적발되면 사진을 찍고 민원을 넣는다”고 말했다.
배달 1년 경력의 A씨는 “그쪽(동탄신도시)은 길이 복잡하고 워낙 커서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면서 "지하주차장 내부가 미끄러워 콜 받기가 더 꺼려진다”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신축 아파트 단지는 배달 오토바이에 대책을 마련했지만, 오래 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강제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 영통구의 한 아파트는 보통 거주한지 20년이 넘는 입주자들이 많았다. 지하주차장이 있지만, 외부차량과 배달 오토바이 대다수가 지상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주민은 “이 아파트는 70% 이상이 50~60대 이상 나이 드신 분이다”라며 “다른 어르신들도 단지에서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항의하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