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방역당국이 22일부터 예정했던 무료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보건당국은 백신 물량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일 뿐 백신 제조 및 생산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예방접종이 재개되기까지는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플루엔자 조달계약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백신의 냉장온도 유지 등의 부적절한 사례가 (어제 오후에) 신고됐다”며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정부와 조달계약을 맺은 업체는 '신성약품'이다. 이 업체가 냉장차에서 또 다른 냉장차로 백신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질병관리청은 보고 있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조달 계약에 따라 신성약품은 무료 접종 대상자에게 공급할 백신 1259만 도즈(1회 접종분)를 각 의료기관에 공급하게 되는데, 전날까지 500만 도즈 정도가 공급됐고, 그 중 일부 물량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이 백신은 이날부터 무료 예방접종을 하려고 준비한 13~18세 대상 물량이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 대상자(12세 이하)에게 공급된 백신과는 다른 물량이다. 정 청장은 “오늘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대상자용 물량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접종이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통과정상 문제이지, 제조상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현재 문제제기가 된 백신은 유통하는 과정상 냉장온도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된 제품”이라며 “제조상 문제, 제조사의 백신 생산상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되는 예방접종이 모두 중단됨에 따라 참여 의료기관과 예약자에게는 문자를 통해 접종 연기에 대한 안내를 했다”며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의 재개 시기에 대해서는 “품질검증에 대략 길게 잡아 2주 정도를 보고 있다”며 “62세 이상 고령자는 10월부터 접종이 진행될 예정인데, 저희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예방접종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62세 이상 접종 일정은 일정대로 진행되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한편,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나 백신을 폐기하게 되면, 올해 독감 접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차단에 주력해오던 정부의 방역 대응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를 인구 전체의 37% 수준인 1900만 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백신 물량 폐기는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 뒤에 결정될 사안"이라면서 "공급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점검해서 의료기관이 자체 확보한 물량은 먼저 접종을 재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