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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건물 임대료 인하, 언제까지 자발성에 의존할 것인가

 

16세기 중국 학자 원요범이 자녀들을 위해 쓴 ‘요범사훈(了凡四訓)’에 나오는 위중달의 이야기는 위정자에게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설명한다.

 

중요한 관직에 있던 위중달이 죽어 명부(冥府)의 재판장에 나갔다. 재판관이 위중달의 기록을 가져오게 하자 그가 행한 악한 기록이 재판장 마당에 가득 찼다. 선행 기록은 단 한 개의 두루마리 뿐이었다. 재판장이 그 무게를 재라고 명령했는데, 놀랍게도 마당을 가득 채운 악한 기록보다 두루마리 한 장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중달이 의아해 선행 기록이 무엇인지 물었다. “언젠가 황제가 대규모로 공사 계획을 세웠는데, 네가 그 일을 하려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해 목숨을 무릅쓰고 공사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것이 네가 반대한 상소문이다.” 당시 상소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위중달이 수만 명의 사람을 위해 제시한 정책 건의의 무게는 그렇게 무거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가 단지를 가면 ‘임대’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1998년 몰아닥친 IMF 한파보다 코로나 한파가 더 무섭다고 경고한다. 당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경제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가 빚을 감내하면서 이뤄진 ‘추경 정책’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짚어가며 정책 방향을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현장에서 다수의 소상공인이 공통으로 가장 힘들다고 꼽는 점은 코로나19에도 끄떡없는 임대료다. 또 대다수 소상공인이 가장 바라는 정책도 ‘정부의 소액 지원’보다 건물 임대료 인하다. 그런데 국가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건물 임대료는 강제할 수 없는 정책일까?

 

그동안 지자체가 펼친 ‘착한 임대인’ 캠페인에 극소수의 건물주들이 동참하는데 그쳤다. 자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다수의 소상인들은 임대보증금으로 월세를 대신하다가, 이마저 모두 차감되고 나면 무일푼으로 일터를 잃을 처지다. 통상 임대보증금이 1년 치 월세 정도 금액이라는 점에서, 그 시점이 몇 달 남지 않았다.

 

현재 감염병 예방과 관련한 법률을 근거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일시 폐쇄조치가 가능하다. 일시 폐쇄에 따라 발생하는 영업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감염병 등 사회적 위기상황에 한해 정부가 강제해 상가 임대료를 일정 기간동안 50%, 30% 내리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조물주(사회)보다 건물주가 위에 있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때로는 다수를 보호하고, 사회의 건전한 유지·성장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 역할은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위정자와 행정가의 임무다.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지금까지 시행하지 않았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모두가 산다. 기존 질서 안에서 고민을 뛰어넘어 다수를 위한 ‘전에 없던’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위중달처럼 용기 있는 위정자가 필요한 시기다.

 

[ 경기신문 = 안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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