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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숨은 '금맥'입니다"

[백스테이지 인터뷰4] 경기도박물관 한준영 학예연구사와의 만남
관람객 중심 전시 기획 위한 끝없는 고민
진지한 학술적 전시가 전문가로서의 바람

화려한 조명아래 무대와 전시장을 수놓는 배우, 작가들이 있다면 무대 뒤에는 이들을 빛내주기 위해 고생하는 조력자가 있다. 본보는 ‘백스테이지’라는 제목으로 묵묵히 일하는 무대 뒤 숨은 일꾼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네 번째 주인공인 경기도박물관 한준영 학예연구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경기도박물관이 2년여 동안 이어온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재개관하면서 더욱 밝아지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바로 그 중심에 한준영 학예연구사가 있다.

 

그는 이번 리모델링과 관련해 '관람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간 조성에 힘을 기울였다'면서도 '실무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전체 기획은 저희 관장님이 하신 걸요. 관장님 지휘에 따라 제가 맡은 일을 한 것뿐이라 리뉴얼에 대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쑥스러워요.”

 

하지만 자신이 토기를 하나하나 옮겨 전시했다는 공간에서 촬영하면 행복할 거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번 리모델링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2005년부터 학예연구사로 일해 온 그에게 ‘베테랑’이라 해도 되겠다고 말하니, 소리 내 웃으며 ‘그렇다’라고 하긴 했지만 이어지는 답변은 ‘아니다’였다. 

 

“경기도 1호 학예연구사에, 30년 넘게 이 일을 하시는 관장님 정도 돼야 베테랑이죠. 보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보시면 돼요. 다만 이제 좀 저만의 눈이 생겼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겠네요. ”

 

 

그가 학예연구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 진학을 고민할 당시, 인문학 중에서도 순수 인문학 계열이 더 끌려 ‘역사 분야’를 선택했다고 한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여긴 문학은 독특한 방식으로 역사학 선택에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같은 걸 읽어도 다르게 해석하는 학생이었어요. 역사학에서는 그런 태도가 어느 정도 요구되잖아요.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그래서 사건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저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4학년 때 발굴 현장을 경험한 그는 고고학 분야에 더욱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하고, 발굴현장에서 5년 정도 일을 했다.

 

박물관에 들어온 뒤에도 2년 정도 발굴 업무를 담당하다가 전시분야에 투입된 후로는 관람객과 직접 닿는 일들을 줄곧 맡아왔다.

 

 

요즘은 순환보직제로 운영되는 조직 특성상 여러 분야 업무를 진행해 오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시 기획에 힘을 쏟고 있다. 


“예전 박물관은 유물 관리와 학술적인 것들 중심으로 운영돼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어요. 지금의 박물관은 관람객 중심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든 사업을 기획합니다. 그러다보니 전시와 교육파트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상황이에요. 관람객이 쉽게 와서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그는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그것을 교육이나 전시로 풀어내 관람객이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갈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연구와 조사가 뒷받침돼야 해서다. 


관람객의 관심사를 분석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업무다. 

 

처음에는 학술적인 내용을 많이 담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겨 전시물 각각의 의미를 자세하게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고 한다. ‘한성백제전(2006)’은 그런 그의 생각이 담긴 전시였다.


“관람객 입장에선 와 닿는 전시가 아니었어요. 그 다음부터 관람객 위주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내놓은 게 ‘경기미(米) 전(2012)’과 띠를 주제로 한 전시 중 ‘용띠 전(2012)’과 같은 것들이에요.”


그는 ‘경기 옛이야기 전(2017)’도 호응이 꽤나 좋았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정말 하고 싶은 전시에 대한 갈증도 있는 듯했다.

 

방문객 대부분이 학생이라 그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기획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금 더 학술적인 전시를 기획하고 싶은 바람을 내비쳤다. 


“2018년 경기 천 년을 기념해 기획한 ‘고려도경 전’은 정말 학술적인 전시였어요. 한국중세사학회와 연합해 보다 엄밀하게 검증된 내용으로 경기 천 년의 의미를 전달했죠. 전시장의 전체 분위기도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구성해 진지한 전시를 원하던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하고 싶은 전시가 그런 전시에요.” (웃음)

 

 

현재는 학생이나 가족 단위에 맞는 전시 및 교육 기획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는 그다.

 

하지만 전시된 유물을 감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체험 활동을 바라는 방문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내놓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예약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못할 테고,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관람객 수준이 높아졌어요. 예약하고 오시는 분들은 지나가다가 들르는 분들이 아니라, 작정하고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한정된 인원만 받다 보니, 공간도 쾌적해졌고요. 어린 아이들도 뛰지를 않아요. 체류 시간도 크게 증가했고요. 지금이야말로 진짜 유물을 알기에 적절한 시기에요. 참 아이러니하지요?”(웃음)


그는 박물관을 '금맥'으로 표현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릭 몇 번이면 얻어갈 게 정말 많아요.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오셔서 금은 모두 가져가시고, 부족한 부분은 바로 지적해주세요. 그래야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지요." (웃음) 
 

[ 경기신문 = 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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