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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문화칼럼] 나훈아의 노래

 

구하기 어렵다는 그의 공연 표를 구해서 잠시 좋았다. 얼마 후 공연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가요란 3분 안에 인생의 의미를 노래하는 장르이다. 인기 가수와 인기곡에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 나훈아는 1966년에 데뷔하여 지금도 활동하는 가수로 단연 톱클래스에 자리한 가수이다.

 

그의 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노래들이다. 한국의 한의 정서를 신바람 나게 풀어내는 그의 미성에는 중독성이 있다. 그의 구성지게 넘어가는 절묘한 창법은 작곡의 완성을 마감한다. 누구나 열창을 하지만 그저 부르는 노래가 아닌 노래를 음미하며 자신 및 팬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기만 하다. 이른바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내가 꼽는 그의 최고의 노래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곡이다. 그러나 그 노래를 자주 부르면 눈물을 쏟을 수도 있다. <고향역>은 원곡이 <차창에 어린 눈물>인데 당시 금지곡이 되었다가 묻히기가 아까워서 고고풍으로 재편곡해서 그의 히트곡이 되었다. <두 줄기 눈물>도 자주 부르길 권하지 않는다. 분명 눈물을 흘리게 돼있다.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역시 부르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곡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역시 그의 원곡인데 남자라서 눈물을 참는다는 곡이다. 결국 눈물의 노래이다.

 

노래 따라 가수의 운명이 정해지는데 자기 암시, 최면에 걸리기 때문이다. 영화가 사회의 거울이라는데 가요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장르이다. 가요란 그때의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져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 예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자취방에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머나먼 고향> 노래가 나온다. 저도 모르게 노래가 절로 나오기에 부르게 되는 것이다.

 

<청춘을 돌려다오>로 그는 어르신들을 위로한다. <고장 난 벽시계> 역시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시계도 고장 나는데 세월은 왜 고장이 없냐고 항변하는 가사가 어르신의 마음을 울리기에 딱 알맞다. 그가 부르면 가사에 철학이 담겨진다. 그렇다고 그 노래가 무겁지는 않은 게 그게 그의 매력이다. 그의 트롯 창법을 많은 이가 흉내 내지만 클래스의 차이를 느끼게 할 뿐이다. 그래도 그의 노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많이 불린다. 노래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보여준다면 높은 점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는 사람의 흉금을 털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의 노래를 부른다면 예전엔 세대차 난다는 소리 듣기 딱 알맞지만 나는 굳세게 불렀다. 주어진 마이크를 그의 노래로 채운 적이 많은데 동행자들도 그 노래에 감화된다. 그의 노래는 곡이 받쳐주기에 그렇지만 노랫말의 진정성이 와 닿는 노래들이다. 그에 관한 글은 써도 써도 끝이 없다. 책 몇 권 분량은 될 듯하다. 그것은 그와 그의 노래가 갖고 있는 매력인데 파고 파도 끝이 없다.

 

올해는 단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공연이 화제였다. 정치적 해석을 떠나 그와 함께 덧없이 흘러간 청춘을 돌이켜보며 흘러간 세월의 흔적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그와 동시기에 사는 우리는 축복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은퇴시기를 본다지만 부디 그가 우리와 함께 하며 삶을 위로해주는 더 많은 노래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갖 시름으로 얼룩진 올해는 그가 있어 행복했다.

 

신랑감을 소개한다며 "나훈아를 닮았다"면 다소 판단이 난감해지는데 나는 단연코 그 신랑감은 남성스러운 미남이라고 생각한다. 나훈아는 이미 1971년 정진우 감독의 <풋사랑>으로 데뷔하여 15편의 한국영화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배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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