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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함경도 김치

 

쩡~ 하고 가슴이 뚫리는 그것이 생각난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 소랭이를 옆구리에 끼고 집 앞에 파묻은 김치움으로 간다. 땅속에 묻은 김칫독은 영하 30˚에 꽁꽁 얼어있다. 봉인된 김칫독을 열면 두툼한 얼움이 하얗게 깔려있다. 조심히 얼음을 비껴내면 세 번의 발효과정을 거친 김치가 빨간 국물 속에 얌전히 누워있다. 신비감을 주는 이 것은 몇 달의 숙성 과정을 거쳐 새콤하고도 달콤한 향기를 낸다. 김치는 김칫독의 아래로 내려갈 수 록 더 맛있다. 국자로 얼음이 버석거리는 김치와 국물을 푹 퍼 담는다. 상위에 오른 김치는 손으로 죽죽 찢어 밥 위에 얹어 먹었다. 배추 사이 사이 넣은 명태는 발효의 작용으로 이미 명태가 아닌 김치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 앞집 뒤집 오가며 뉘집 김치가 맛있나 채점하면서 먹었던 쩡~ 한 맛의 함경도 김치.

 

고향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춥다. 함경도 김치는 동해바다의 특산인 명태를 넣고 김장을 한다. 지금은 어획량이 줄었지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명태가 많이 잡히는 어장이었다. 그래서 함경도 김치라 함은 명태김치를 말한다. 김치의 종류도 통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백김치 등 다양하다. 배추는 비료가 부족해서 남한 것처럼 크지 않다. 양념도 적게 쓰며 찹쌀 풀을 넣지 않고 형편에 따라 닭고기나 돼지고기 끊인 물을 식혀서 넣는다. 명태는 잘 손질하여 양념으로 버무려 따뜻한 아랫목에 놓고 하루 이틀 삭힌다. 10월의 늦가을이면 찬 서리가 내리고 밭에 있는 배추도 얼어서 늘어진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하고 김치독안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손이 필요해서 가족이나 혹은 여럿이 모여서 한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수돗가에 모여 절인배추를 씻고 다듬는다. 아파트에서는 욕조에 넣고 초절임을 하는데 한번 담군 소금물을 버리지 않고 2차로 배추를 절여내기도 한다. 김장전투라고 할 만큼 바쁘지만 겨울에 먹는 그 쩡~ 한 맛의 함경도 김치.

 

기후의 변화에 따라 지역마다 즐겨먹는 김치의 종류도 많다. 동해안에 있는 함경도 김치가 명태를 넣는다면 서해안에 위치한 평안도는 젓갈을 넣어 남한의 경상도 김치와 맛이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황해도는 호박김치, 개성은 보쌈김치, 평안도는 동치미 등이 있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전통으로 남한에서 2013년, 북한에서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맛을 잃지 않고 전수하는 특수성, 지역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저장음식으로 인정받았다. 코로나19로 새해에도 가족이 모이지 못하는 지금, 그 쩡~한 맛의 함경도 김치가 생각나는 것은 아직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지금 남쪽으로 내려온 이북사람들은 전쟁을 겪은 실향민과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이 간직하고 있는 음식문화가 보존, 전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돌아갈 희망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쩡~ 한 맛의 함경도 김치가 보존, 전수되어 분단을 해소하는 향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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